• 최종편집 2025-01-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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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명확히 선언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단순히 권력이 '누구로부터' 나오는가를 넘어서, '어떻게' 행사되는가에 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란 목적의 정당성뿐 아니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있다.


절차적 하자와 무효의 원칙

 

행정법에서 행정 행위는 법적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야만 효력을 가진다. 절차적 하자가 발생한 행정 행위는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며,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원칙은 행정뿐만 아니라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본보기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하자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간주된다. 법적 효력을 가진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서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과정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지배 구조나 정치 체제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소수의 의견을 보호하며, 다수의 결정을 수용하기 위해 신중하고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다수결 원칙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소수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충분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필수적인 장치가 바로 의회 내 절차적 민주주의다.


특히 국회의 의사 절차를 규정한 국회법은 민주적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토대이다. 그 중에서도 일사부재의 원칙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단 한 번 심의·의결한 안건을 동일 회기 내에 다시 논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회 운영의 질서를 유지한다.


일사부재의의 헌법적 가치

 

비록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일사부재의 원칙은 사실상 헌법적 가치를 지닌다. 다수당이 이 원칙을 무시하고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법안은 원천적으로 무효가 되어야 한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국회 운영의 규칙을 넘어, 의회주의와 법치주의의 상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된다면, 국회법 제92조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며,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역시 퇴색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한 결정은 민주주의의 발달사뿐만 아니라, 의회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균열

 

최근 국회의 일부 결정은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전례를 남겼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국회의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수호해야 할 국회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정당성을 논할 수 없게 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주의가 아니다. 목적의 정당함을 강조하기 전에 과정의 정당함을 확보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 대한민국 국회가 이 기본 원칙을 저버릴 때, 그 결과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국민은 정당한 절차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강석종 칼럼니스트 기자 gnenews@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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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 없는 국회 결정은 원천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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